책 | 매일 갑니다, 편의점 | 봉달호
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이는 빛난다
편의점 사장님이 글을 이렇게 잘 쓰다니. 질투가 났다는 것이 첫 번째.
두 번째는 전문직이든 비전문직이든, 자영업이든 회사원이든,
맡은 일을 사랑하고 열심인 사람들은 참 멋지다는 것.
편의점 사장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촘촘하게, 그것도 계절별로 엮어낸 이 책을 읽으며
작가가 자신의 일에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 지 느낄 수 있었다.
언젠가 나도, 직업인으로서 나의 세상을 멋진 책으로 출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.
그리고 오늘도 책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 값졌다.
형광펜
-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이 드나드는 편의점에서 우리는 알록달록 사람을 느낀다.
- 갖고 있으면서 내어놓지 않는 것들이 일상에 흔하다.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면 뭐 하나. 사람들 앞에 펼쳐 보이지 않으면 자기 혼자 잘난 것밖에 안 된다. (중략) 세상에 나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며 억울해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'꺼내놓았는지' 되돌아볼 일이다.
-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, 일단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세상 최고가 되겠다는 고집스런 열정, 땀 흘려 일하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거라 믿고 노력하는 우직함,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검소한 생활과 겸손한 자세. (p. 81)
-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에너지일까.
- 이건 동감이 아니라 공감의 메시지다. 동감은 상대의 견해와 입장에 대한 동의와 찬성을 전제로 하지만 공감은 그와 상관없이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다.
- 그래도 어쨌든 일정한 분량은 계속 폐기를 내줘야 하는 것이 편의점 운영의 정석이다. 폐기는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'내기 위해' 노력해야 한다.
- '서 있는 곳이 다르면 바라보는 풍경도 다르다.' 내가 변한 것인지 세상이 변한 것인지,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.
- 다만 이것만 다짐하자. 살짝 망가지되, 완전히 무너지지는 말자. 망가지려는 이유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 있으니, 그만큼 손님 앞에서 활짝 웃자. 바보처럼 웃으며 살자.
- 늘 이 자리에 있으리라. 폭발성보다 중요한 건 항산이고 항심이니까.
- 내게 글을 쓰는 행위는 오늘의 현실 밖으로 뛰쳐나가 꿈을 좇는 여행이기도 했고, 반대로 '이것은 꿈인가' 하면서 살을 꼬집어 현실을 확인하는 각성의 기록이기도 했다.
- 죽는 날까지 글을 쓰면서도 내가 한때 편의점에서 젊음의 한 시절을 복작거렸다는 사실에 늘 고마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할 것이다. 오늘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쓰는 모든 글에 잔잔한 밑그림으로 녹아 있을 것이다.